프롤로그
수입차 주유구를 열면 보이는 “최소 옥탄가 95” 는 엔진이 옥탄가 95 이상 휘발유에 맞춰져 있으니 이 이상의 휘발유를 넣으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 자동차용 휘발유는 일반과 고급 2종류이며 차이는 옥탄가입니다.
고급유 / 일반유, 노킹
일반유는 옥탄가 91 이상 94 Ron 미만인 노란색 휘발유이며 고급유는 옥탄가 94 Ron 이상의 녹색 휘발유입니다. 고옥탄가 휘발유는 자연 발화점이 높아 노킹이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휘발유에 대한 정유사들의 물질안전 보건자료 MSDS 자료를 보면 외부의 화기 없이 스스로 불이 붙기 시작하는 온도인 자연 발화점이 섭씨 208도에서 470도 사이의 값으로 옥탄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노킹현상은 압축에 의해 실린더 내부 온도가 상승하여 휘발유의 자연 발화점을 초과하면서 점화 플러그의 스파크 발생 전에 자연 발화 및 폭발되는 현상입니다.
또한 시간 차이 없이 점화 플러그가 없는 다른 위치에서 휘발유가 자연 발화되어 폭발하기도 합니다. 두 경우 모두 엔진에 큰 물리적 충격을 주게 됩니다.
노킹은 노크 소리와 유사한 '탁탁탁'과 같은 소음과 진동을 발생시키고 엔진 출력과 연비를 저하시킵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엔진에 큰 손상을 주는 것입니다.
엔진의 압축비는 엔진 연소실 체적에 대한 엔진 실린더 전체 체적의 비율인데 일반 가솔린 승용차의 경우 9에서 10 정도 수준입니다.
압축비 / 노킹센서
터보 엔진의 경우 압축된 공기를 실린더에 주입하므로 연소실 체적에 대한 실제 흡입되는 공기 양의 비율인 실 압축비를 사용하는데 당연히 그 값이 훨씬 더 높습니다.
휘발유는 높은 압력에서 더욱 고온이 되므로 터보 엔진의 경우 자연발화 가능성 즉 노킹 확률이 크게 증가하게 됩니다.
노킹 센서는 시간에 따른 엔진의 이상 진동, 음파, 압력 변화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하여 노킹 발생 시에 ECU를 통해 점화시기, 연료 농도, 부스터 압력 등을 조정하여 더 이상의 노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합니다.
그러나 설계된 엔진 세팅이 아니므로 출력 연비 등 성능이 감소하여 ECU는 수시로 본래의 세팅으로 돌아가려고 시도합니다. 따라서 노킹 센서는 근본적인 해결방안 되지 못하며 노킹발생-엔진조정-원상복구-노킹의 악순환만 반복됩니다.
직분사 엔진 / 혼유
가솔린 직분사 엔진은 공기만 실린더로 주입하여 압축하고 휘발유는 폭발 전에 인젝터를 사용하여 고압으로, 연소실 내부로 주입하므로 노킹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아집니다.
그러나 그만큼 다시 압축비를 더 높이는 등의 성능 향상 방향으로 조정하므로 고성능 엔진의 조건은 항상 노킹 발생 경계 부근에 있게 됩니다.
따라서 고성능 차량에는 자연 발화점이 낮은 고옥탄가 휘발유가 필요하게 되며 이것이 바로 제조사의 옥탄가 기준이 됩니다.
고급/일반 휘발유를 섞어 써도 어떤 문제도 없으며 옥탄가 평균 효과만 있습니다. 옥탄가 98인 휘발유와 92인 휘발유를 1:1로 섞으면 옥탄가 95인 휘발유와 동일하게 됩니다.
에필로그
엔진에 치명적인 노킹 없이 설계된 최대 차량 성능과 연비를 얻으려면 제조사 기준 옥탄가 휘발유를 주유해야 합니다.
제조사 기준 이하의 옥탄가 휘발유를 사용할 경우 노킹 센서의 조정은 임시방편이며 설계된 고유 세팅으로의 원상복구 특성으로 인해 오히려 노킹-조정-원복-노킹의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본래의 차량 성능도 연비도 모두 놓치고 엔진 손상은 누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