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견불선(屢見不鮮)의 한자
屢(여러 누)
見(보일 견)
不(아닐 불)
鮮(깨끗할 선)
직역하면 어떤 대상을 여러 번 보게 되면 신선하지 못함을 느끼게 된다는 뜻입니다.
누견불선(屢見不鮮)의 유래
누견불선은 사기 역생육가 열전의 이야기에 나오는 내용으로 초나라와 한나라가 천하를 두고 다투던 때에 그 유명한 한나라의 유방을 수행하며 권세를 누렸던 육가라는 사람의 사자성어입니다.
육가는 유방이 죽은 후 관직을 버리고 귀향하여 그동안에 모았던 금은보화와 재물을 모두 팔아자식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육가는 자식들을 모아 놓고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내가 너희들 집에 들르거든 너희들은 내가 머무는 10일 동안 내가 거느린 하인 10명은 물론 말들에게도 음식을 주어야 한다"
"만약 어느 순간 내가 죽게 되면 내가 머물었던 바로 그 집에서 나의 보검과 수레, 말 그리고 하인들은 소유하도록 하여라. 하지만 내가 너희들 집에 들르는 것은 두세 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너무 자주 보면 새롭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누견불선은 바로 이 말에서 유래되었으며 너무 자주 보면 전혀 새롭지 않다는 의미의 사자성어입니다.
누견불선(屢見不鮮)의 교훈
인간의 대표적인 특성 중에 하나가 바로 무뎌지는 성질입니다. 처음에는 고맙고 사랑스럽고 존경스럽지만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그 고마움과 사랑 그리고 존경심은 차츰 약해지고 어느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 대상도 자연, 연인, 정치인, 종교인, 친구, 신념, 학업 등 우리가 늘 만나고 보고 듣는 사람들과 요소들 전부입니다.
'친구와 포도주는 오래될수록 향기가 난다'는 격언도 있지만 인간은 기본적으로 반복적인 상황이나 감정에 대해 권태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현재 하고 있는 일도, 부부나 연인 사이도, 정치나 사회 문제도 늘 유사하게 반복되는 상황에 실망하고 무뎌지고 또 싫증 나고 화가 나면서 결국 외면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누견불선의 단점을 극복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물론 육가가 말한 것처럼 지금보다 덜 자주 보는 방법이 가장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일 수도 있습니다. 갈등이 있는 인간관계는 한 동안 만남을 자제하면 다소 개선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자주 반복되어 권태로워진 인간관계, 직업 등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새로운 관점으로 한 번 바꿔보는 것입니다.
늘 옆에 계실 것만 같던 부모님이, 평생을 함께 할 것 같았던 배우자 또는 친구들이, 몇십 년을 해온 지긋지긋한 이 일들이, 결코 무한대로 반복되지 않고 언젠가는 종료된다는 즉 유한하다는 생각을 하면 상황은 전혀 달라집니다.
오늘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접하는 대상들은 어제와 같은 것이 아니고 또한 미래에도 지속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누견불선이라는 말이 그 고유한 가치를 떨어뜨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수많은 위인들의 공통점 중에 하나가 당장은 의미 없어 보이고 지루하며 힘든 일들을 인내하고 반복하여 꾸준히 실행했다는 사실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누선불선이라는 사자성어를 통해 우리가 식상하다고 가치가 낮다고 외면했던 사안들을 하나씩 다시 한번 재평가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