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원전 사고와 오염수 방류 문제로 항상 거론되는 것이 방사능입니다. 이 번 글에서는 방사능과 방사선이 무엇인지, 왜 위험한지 그리고 방사성 동위원소나 핵분열, 핵폭탄과는 무슨 관련이 있는지 과학적으로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동위원소 (isotope)
방사능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알아야 할 것이 바로 동위원소입니다. 동위원소는 원자 번호는 같으나 질량수가 서로 다른 원소 즉 양성자의 수는 같으나 중성자의 수가 다른 원소를 말합니다.
- 원자 번호: 원자핵에 있는 양성자 수를 의미합니다.
- 질량수: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와 중성자 개수의 합입니다.
원자 번호 92인 원소, 우라늄을 예를 들어 설명하면
- 우라늄-235 (U-235)
원자 번호: 92
질량수: 235
중성자 수: 235 - 92 = 143 - 우라늄-238 (U-238)
원자 번호: 92
질량수: 238
중성자 수: 238 - 92 = 146
와 같이 중성자 개수가 3개 차이 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동위원소는 동일한 양성자 수와 전자 배열을 가지므로 화학적 성질이 유사하나 중성자 수가 다르므로 원자핵 안정성과 같은 물리적 성질이 다릅니다.
그런데 여기서 정말 중요한 사실은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능 물질은 모두 동위원소라는 사실입니다.
방사성 동위원소 (Radioisotopes)
중성자 개수가 다른 동위원소 중에서 원자핵이 불안정하여 안정한 상태로 변화하면서 방사선을 방출하는 원소들을 방사성 동위원소라고 합니다. 여기서 방사능과 방사선은 상당히 다른 의미인데 자세히 설명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방사능 (Radioactivity)
방사능은 불안정한 원자핵이 안정된 상태로 변하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 성질이나 과정을 말니다. 이 과정에서 매우 큰 에너지가 방출되는데 방사선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방사선 (Radiation)
방사선은 방사능에 의해 방출되는 고에너지를 말합니다. 이 에너지는 공간을 통해 전파되며, 입자 형태일 수도 있고 전자기파 형태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건강에 큰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원자력 발전, 핵무기 제조, 의료, 연구 목적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됩니다.
방사선의 특징
불안정한 원자핵이 안정된 상태로 변하면서 방출하는 에너지인 방사선은 알파 입자, 베타 입자, 감마선 등 3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알파 입자는 두 개의 양성자와 두 개의 중성자로 구성되어 있고, 베타 입자는 전자 또는 양전자이며, 감마선은 고에너지의 전자기파입니다. 고에너지의 방사선은 이온화 작용을 통해 물질의 분자를 변화시키거나 파괴할 수 있습니다.
알파 입자 (α-particle)
두 개의 양성자와 두 개의 중성자로 구성된 헬륨 원자핵(He-4)입니다. 매우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만 대기 중에서 몇 센티미터 이내로만 이동하며 종이 의해서도 쉽게 차단됩니다.
베타 입자 (β-particle)
고에너지의 베타 마이너스 입자(중성자가 양성자와 전자로 변환될 때 발생) 또는 베타 플러스 입자(양성자가 중성자와 양전자로 변환될 때 발생)를 말합니다.
알파 입자보다 더 멀리 이동할 수 있지만 플라스틱이나 얇은 금속판으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감마선 (γ-ray)
매우 높은 에너지의 전자기파로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높습니다. 감마선은 물질 깊숙이 침투할 수 있으며 두꺼운 납이나 콘크리트에 의해서만 겨우 차단됩니다.
※ 의료 기기나 비파괴 검사에 사용되는 X선(X-ray)도 감마선과 유사하지만 에너지가 조금 더 낮고 주로 인공적으로 생성됩니다.
반감기 (Half-life)
반감기는 원소의 방사선이 초기 값의 절반으로 감소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인데 대부분의 방사성 동위원소의 반감기는 수백 년에서 수 억년까지 매우 깁니다.
방사선의 위험성
방사선은 특유의 고에너지에 의해 세포 물질을 이온화하여 파괴하거나 손상시킵니다. 또한 유전자 정보인 DNA 분자나 염기 서열을 변형하여 돌연변이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 사고로 감마선에 노출된 배너 박사가 극도의 분노를 느끼면 초록 괴물 헐크로 변하는 마블 히어로의 탄생도 방사선에 의한 돌연변이를 참조한 것입니다.
따라서 짧은 시간이라도 기준 이상의 과도한 방사선에 노출되면 방사선 피폭 증후군이 발생하며 구토, 탈모, 피부 손상은 물론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에너지의 방사선은 차단하기 쉽지 않고 반감기가 매우 길어서 원자력 발전소와 방사선 치료 등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처리는 환경적으로나 기술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상당히 큰 문제입니다.
더구나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방사성 물질의 대규모 유출은 재앙 수준의 환경오염 문제를 아주 오랜 기간 일으킵니다.
상대적으로 약한 저강도 방사선도 장기간 노출되면 암, 백혈병 등이 걸릴 위험이 증가하므로 방사선을 사용하는 의료 기기를 자주 이용하는 것도 주의해야 합니다.
방사선의 활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방사선은 의료, 산업, 연구, 에너지, 군사 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매우 폭넓게 활용됩니다.
- 의료 분야: X선, CT 촬영, 암 환자의 방사선 치료 등
- 산업 분야: X선 투시 검사, 결함 검사, 두께 측정과 같은 비파괴검사, 식품이나 의료 기기의 멸균 등
- 연구 분야: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연대 측정, 생화학적 연구 등
- 에너지: 원자력 발전소
- 군사 무기: 핵폭탄, 핵미사일 등의 핵무기
아인슈타인 방정식과 핵분열 그리고 핵폭탄
핵분열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에 나오는 에너지 방정식은 방사성 동위원소의 핵분열 과정에서도 사용됩니다.
- ?=??2 ∴ 여기서 E는 에너지, m은 질량, c는 빛의 속도
예를 들면 방사성 동위원소 우라늄(U)-235 핵에 중성자가 충돌하여 바륨(Ba)-141과 크립톤(Kr)-92로 핵분열하는 경우에 반응 과정은
- 235U + n → 141Ba + 92Kr + 3n + 에너지(= △??2)
와 같습니다. 여기서 n은 중성자인데 핵분열 후 생성물의 총질량은 원래 우라늄-235와 중성자의 질량보다 작습니다. 따라서 질량 차이만큼의 엄청난 에너지가 방사선으로 방출되는 것입니다.
핵폭탄
핵폭탄은 충분한 양의 핵분열 물질 즉 임계 질량 이상의 불안정한 방사성 동위원소(예: 우라늄-235 또는 플루토늄-239)를 한 곳에 모으고 여기에 중성자를 만들어 충돌하도록 만든 폭탄입니다.
이때 초기 핵분열로 생성된 더 많은 중성자들이 다시 다른 방사성 동위원소에 충돌하면서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연쇄적인 핵분열이 발생합니다.
결국 이러한 핵분열 연쇄 반응이 지속되면서 엄청난 양의 방사선이 방출되고 열과 압력이 발생하는 핵폭발로 인해 광범위한 파괴와 방사능 오염을 일으킵니다.
※ 원자력 발전소는 중성자 감속재와 제어봉을 통해 연쇄적인 핵분열 반응 속도를 조절하고 냉각재를 통해 발생한 열로 증기 터어빈을 돌려 전기 생산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제어가 불가능하게 되면 큰 재앙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각 방사성 동위원소들의 특징
1. 우라늄 (U)
자연에서 발견되는 가장 무거운 원소 중 하나로, 주로 원자력 발전과 핵무기 제조에 사용됩니다. 우라늄-235와 우라늄-238은 가장 흔한 동위원소입니다.
우라늄-235 (U-235)
- 반감기: 약 7억 년
- 방출 방사선: 알파 입자, 감마선
- 노출 위험: 방사능 오염, 건강 위험 (암 질환 등)
- 응용 분야: 원자력 발전, 핵무기
우라늄-238 (U-238)
- 반감기: 약 45억 년
- 방출 방사선: 알파 입자
- 노출 위험: 장기적인 방사선 노출로 인한 환경 및 건강 위험
- 응용 분야: 플루토늄-239을 만들기 위한 연료, 연대 측정
2. 플루토늄-239 (Pu-239)
인공적으로 생성되는 원소로, 주로 핵무기와 원자력 발전에 사용됩니다.
- 반감기: 약 2.41만 년
- 방출 방사선: 알파 입자, 감마선
- 노출 위험: 고방사능 독성, 핵무기 사용 가능성, 장기적인 환경오염
- 응용 분야: 원자력 발전, 핵무기
3. 라듐-226 (Ra-226)
우라늄 광석에서 발견되며, 초기에는 의료용 방사선 치료에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잘 사용되지 않습니다.
- 반감기: 약 1,600년
- 방출 방사선: 알파 입자, 베타 입자, 감마선
- 노출 위험: 고방사능 독성, 건강 위험 (특히 골암)
- 응용 분야: 과거 방사선 의료 치료에 사용, 발광 도료
4. 폴로늄-210 (Po-210)
자연적으로 극미량 존재하며 주로 우라늄 광석에서 발견됩니다. 일부 국가에서 특수목적의 독약으로 사용되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 반감기: 약 138일
- 방출 방사선: 알파 입자
- 노출 위험: 극도로 높은 방사능 독성으로 인한 맹독성의 독약
- 응용 분야: 방사선 연구, 정전기 제거 장치
5. 토륨-232 (Th-232)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원소로, 주로 원자력 발전과 고온 초전도체 연구에 사용됩니다.
- 반감기: 약 140억 년
- 방출 방사선: 알파 입자, 감마선
- 노출 위험: 방사능 오염, 장기적인 환경 위험
- 응용 분야: 원자력 발전, 고온 초전도체 연구
6. 루테늄-106 (Ru-106)
백금족 원소로 촉매 및 전기 접점 등에 사용됩니다.
- 반감기: 약 1년
- 방출 방사선: 베타 입자, 감마선
- 노출 위험: 방사능 오염, 건강 위험
- 응용 분야: 의료 방사선 치료, 산업 촉매, 전기 접점
7. 스트론튬-90 (Sr-90)
자연에서 발견되며, 주로 신경과 연구와 원자력 발전에 사용됩니다. 또한 원자력 사고 후 환경오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 반감기: 약 29년
- 방출 방사선: 베타 입자
- 노출 위험: 골암, 환경오염
- 응용 분야: 신경과 연구, 원자력 발전
8. 요오드-131 (I-131)
갑상선 질환의 치료 및 진단에 사용됩니다.
- 반감기: 약 8일
- 방출 방사선: 베타 입자, 감마선
- 노출 위험: 단기적인 방사선 노출 위험, 갑상선 손상
- 응용 분야: 갑상선 질환의 치료 및 진단
9. 코발트-60 (Co-60)
암 치료, 식품 멸균, 산업용 방사선에 사용됩니다.
- 반감기: 약 5.27년
- 방출 방사선: 감마선
- 노출 위험: 방사선 노출, 환경오염
- 응용 분야: 암 치료, 식품 멸균, 산업용 방사선
10. 테크네튬-99m (Tc-99m)
의료 영상, 핵의학에 사용됩니다.
- 반감기: 약 6시간
- 방출 방사선: 감마선
- 노출 위험: 단기적인 방사선 노출 위험
- 응용 분야: 의료 영상 및 진단
11. 탄소-14 (C-14)
고고학적 연대 측정 (탄소 연대 측정법)에 사용됩니다.
- 반감기: 약 5730년
- 방출 방사선: 베타 입자
- 노출 위험: 저수준 방사선 노출 위험
- 응용 분야: 고고학 및 지질학 연대 측정
12. 라돈-222 (Rn-222)
주로 지하에서 발생하여 실내 공기 중에 축적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흡입 시 폐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이전에 침대 매트리스 일부 소재에서 검출되어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 반감기: 약 3.8일
- 방출 방사선: 알파 입자
- 노출 위험: 무색, 무취, 무미의 기체로 폐암을 유발할 수 있음
- 응용 분야: 과거 방사선 치료, 지질학적 구조 분석